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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드라마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는 한국 오컬트 액션 장르의 새로운 도약을 상징하는 작품이다. 배우 마동석이 주연을 맡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기대작으로 주목받았지만, 막상 공개된 이후엔 단순한 액션을 넘어선 세계관, 캐릭터 설정, 퇴마 전통에 대한 현대적 재해석 등 다층적인 요소들이 결합된 콘텐츠라는 점에서 더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작품은 단순한 퇴마 스릴러와는 사뭇 다르다. 기독교적 상징과 동양의 무속, 전통 민간신앙, 나아가 현대 사회가 갖고 있는 악(惡)에 대한 인식까지 모두 하나의 이야기 구조 안에 조합되어 있다. '악령을 퇴치하는 인간 병기' 같은 캐릭터성이 강조된 주인공, 마동석이 연기한 ‘백도진’은 마동석이 여태껏 연기해 왔던 것처럼 단순히 근육으로 싸우는 영웅이 아닌, ‘성스러운 힘’을 실질적으로 부여받은 존재로, 그 배경에는 촘촘하게 설계된 세계관이 존재한다.
최근 블로그 포스팅들에서는 주로 마동석의 액션 연기, 퇴마 장면의 시각적 완성도, 캐릭터 간의 케미 등에 집중해 평가하고 있지만, 이 글에서는 그보다 더 깊이 있는 관점에서 드라마 속 세계관을 해부하고자 한다. 종교적 코드, 전통 설화와의 연결성, 캐릭터 설정에 숨어 있는 상징들, 그리고 이 세계관이 한국형 오컬트 장르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하나씩 짚어보자.

1. 빛과 어둠의 경계, 세계관의 중심축 ‘신성한 밤’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라는 제목은 많은 것을 암시한다. '거룩하다'는 말은 전통 종교에서 신성함, 경건함, 순수함을 의미하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이 단어에 역설적 의미를 부여한다. 즉, 가장 어둡고 위험한 ‘밤’이라는 시간 속에서만 발현되는 ‘신의 의지’, 즉 헌터들이 악을 정화하는 힘이야말로 진정한 거룩함이라는 개념이다.
이 드라마의 세계관은 단순한 선악 대립이 아니다. ‘악령’이라는 존재는 외부에서 침입한 사탄적 존재가 아닌, 인간의 탐욕, 증오, 죄의식, 트라우마 등 내면의 그림자가 형상화된 것이다. 즉, 이 세계에서의 악은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며, 인간이 다시 그 책임을 짊어지고 정화해야 할 존재다. 이런 설정은 고전적인 천사-악마 대립구조를 넘어선, 심리적·철학적 세계관을 시도한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 세계관의 핵심은 ‘성혈’을 타고난 백도진을 중심으로 조직된 ‘성혈 사제단’과 ‘헌터 길드’다. 각 헌터들은 ‘성령의 축복’이라는 이름으로 세속적인 무기나 전투기술 외에도 종교적 훈련, 심령 감응 훈련 등을 통해 전투를 수행한다. 이들은 단지 싸우는 전사가 아니라, 악을 감지하고 분별하는 ‘신의 도구’로서 기능한다. 특히 성혈의 힘은 일종의 유전적 선택으로, 선택받은 자는 훈련 없이도 악령을 직감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된다.
이처럼 ‘신성한 밤’은 단순히 주인공이 활동하는 시간대나 사건이 일어나는 배경이 아니라, 악이 가장 활발히 움직이고, 동시에 인간의 구원이 가능해지는 ‘경계의 시간’이다. 이 개념은 드라마 후반으로 갈수록 점차 확장되어, 단순히 개인의 싸움이 아닌, 인류 전체의 구속과 해방이라는 거대한 테마로 이어진다. 이는 후속 시즌을 예고하는 중요한 떡밥이기도 하다.

2. 백도진이라는 존재: 인간 병기가 아닌 살아있는 성물

마동석이 연기한 백도진은 퇴마물 속 전형적인 캐릭터 구조를 따르는 동시에, 전혀 다른 차원의 상징을 갖는다. 그는 무조건적으로 강한 것이 아니라, 그 강함의 기원을 ‘신의 의지’로부터 받고 있다는 점에서 초월적이다. 이 드라마는 백도진을 단순한 헌터가 아닌, ‘신과 인간 사이의 매개체’로 설정하며 특별한 위치에 둔다.
작품 내내 반복되는 표현 중 하나가 “그는 신의 방패이자 검이다”라는 문장이다. 이는 중세 기사 문학이나 종교적 예언서에 등장하는 문구들을 연상시키며, 백도진을 현대판 아크엔젤(대천사)의 이미지로 격상시킨다. 이는 그가 단순히 싸움에 능한 존재라서가 아니라, ‘전쟁의 도구’이면서도 동시에 ‘치유의 손길’을 가졌기 때문이다.
백도진은 타인의 악령을 정화할 수 있는 동시에, 자신의 트라우마와 과거의 죄로 인해 내면에 괴물이 깃들어 있다. 실제로 시즌 후반부에서는 백도진 내부의 악이 현실화되어 육체를 잠식하려는 순간이 등장하며, 그와의 싸움이 클라이맥스를 장식한다. 그는 악을 제거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지만, 그 악이 자신에게도 스며있다는 모순은 매우 상징적이다.
마동석의 캐릭터를 둘러싼 이 같은 상징성은 단순히 액션을 위한 설정이 아니다. 작중에서 그는 ‘신에게 버림받은 인간’이라는 자각과 ‘다시 구원받고 싶은 존재’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린다. 그리고 이 갈등은 단지 개인의 서사가 아닌, ‘인간이 신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확대된다. 이처럼 백도진은 신화, 종교, 심리학이 모두 녹아든 캐릭터로, 세계관 전체의 의미를 실체화한 인물이라 할 수 있다.

3. 오컬트 장르의 한국화, 그리고 그 상징적 기호들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오컬트 장르의 요소들을 매우 한국적으로 재해석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한국 드라마에서 오컬트는 주로 무속신앙이나 샤머니즘에 한정되어 표현되어 왔으며, 일부 작품들은 서구식 퇴마 의식을 무비판적으로 가져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다르다.
작중 세계에서는 ‘퇴마’가 단순히 굿판이나 신부의 엑소시즘이 아닌, 각 종교의 의식과 기호가 서로 융합된 형태로 표현된다. 부적, 향, 북소리와 같은 전통 무속 요소와 함께 라틴어 성경 구절, 성수, 십자가가 공존하며 사용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시각적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한국의 오컬트’라는 장르를 진지하게 구축해 나가려는 시도로 보인다.
특히 ‘성스러운 문양’이라는 기호는 작품 전반에 걸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마동석의 몸에는 다양한 상징 문양이 새겨져 있으며, 각각은 그가 수행한 의식과 신성한 전투의 기록이다. 제작진은 이를 단순한 문신처럼 보이게 하지 않고, 하나의 종교적 ‘기록 매체’로 표현한다. 즉, 이 문양들은 단지 보호기호가 아니라, 백도진이라는 인물의 역사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상징체계인 것이다.
또한 악령들이 침입하는 방식도 특이하다. 전통적인 ‘빙의’가 아니라, 감정의 틈, 기억의 틈, 인간관계의 균열을 통해 악이 스며든다는 설정은 현대인의 삶과도 맞닿아 있다. 이는 오컬트가 단순히 공포 요소가 아니라, 현대 심리학과 사회적 병리현상을 반영할 수 있는 장르임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4. 확장 가능한 신화, 그리고 후속 시즌의 가능성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는 시즌 1에서 대부분의 이야기 구조를 완결 짓지만, 동시에 명확한 후속 서사의 여지를 남겨두었다. 특히 세계관 내의 설정들은 대부분 암시적 언어로 설명되며, ‘성혈의 원류’, ‘천사와 악마의 전쟁’, ‘다른 지역의 헌터들’과 같은 떡밥이 지속적으로 제시된다. 이는 단지 시즌2에 대한 예고가 아니라, 이 작품이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 오컬트 시리즈로 확장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음을 뜻한다.
백도진 외에도 새로운 헌터 후보들이 등장하고, 성혈 사제단 내부의 정치적 갈등도 암시되며, 인간보다 상위 개념의 악마 존재가 그림자처럼 서사를 따라다닌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백도진이 ‘북방 성혈의 조각’을 회수하며 끝나는 구조는 이 세계가 단지 하나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소규모 전투가 아니라, 훨씬 거대한 신화적 구조의 일부분임을 드러낸다.
이러한 설정은 단지 팬들을 위한 ‘덕질 포인트’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후속 시즌 제작이 결정된다면 강력한 서사적 자산이 될 수 있다. 나아가 이 시리즈는 한국형 오컬트 장르가 ‘확장 가능한 세계관’을 중심으로 스토리를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함으로써, 장르화 → 세계관화 → IP화로 이어지는 콘텐츠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낸다.‘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는 단순한 퇴마물, 액션물, 공포물 어느 한 장르에 속하지 않는다. 이 작품은 종교적 상징, 신화적 내러티브, 전통문화, 인간 심리, 그리고 초자연적 상상력이 결합된 복합 장르물이며, 그 모든 것을 하나의 정제된 세계관으로 묶어낸 보기 드문 사례다.
마동석이라는 배우는 이 세계관의 중심에서 물리적 힘과 감정적 상처, 신성함과 인간성을 동시에 체현하며, 한국 오컬트 장르의 가능성을 상징하는 존재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이 작품이 보여준 세계관의 깊이와 철학성은, 후속 시즌에서 더 큰 신화를 이어갈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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